서울에서 낮 미팅을 마치고 늦은 저녁 약속 중간 시간이 붕 떳기 때문에 출출한 배를 채울 겸 케이크를 먹을만한 곳을 찾았다.
합정역 근방에는 의외로 갈만한 베이커리 카페가 없다. 미팅을 하거나 작업을 해야할 공간이 필요한 거라면 프렌차이즈 카페도 괜찮지만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프렌차이즈가 아니고, 케이크가 파는 곳을 가고 싶었다. 또 저녁에 만나기로 한 지인이 몇시에 일이 끝날지 모른다고 했기에 늦게까지 하는 카페여야 했는데 마침 건너편에 '베이커리'라는 글자가 크게 빛나는 곳을 발견하곤 홀린듯이 들어왔다.
막상 들어와서 보이는 1층은 자리가 많지 않아보여서 불편할것 같았는데 별관처럼 중앙 통로의 건너편에 복층으로 자리가 넉넉히 마련되어있었다.
페스츄리 종류가 주력인듯 크로와상을 비롯한 각종 페스츄리와 식사빵이 많았고 제과류는 파운드 케이크, 생크림 케이크, 쿠키, 티라미스정도로 단촐하나 맛있어 보였다.
블루베리 생크림 케이크와 티라미스가 딱히 땡기지 않아서 올리브 패스츄리 (2ps, 3600원)과 레몬파운드케이크 (4900원)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3800원)을 주문했다. 보통 늦은 오후부터는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늦은 저녁을 먹은 이후 밤에도 다른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각성이 필요했다. 복층의 테이블 자리는 모두 꽉 차 있어서 바 형식으로 되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한쪽에 코드도 마련되어 있어서 간단한 작업을 하기에도 좋을것 같았다.
올리브 페스츄리는 한입 크게 메어물면 하나의 올리브가 씹히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되어있어 먹기 편했다. 단맛은 적고 짭짤한 맛이 강해서 안주로도 좋을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케이크 리뷰이니 라망 베이커리의 레몬 파운드를 리뷰해보도록 하자.
라망 베이커리의 레몬 파운드는 혼자 먹기에는 제법 배부를듯한 크기였다. 디저트로 먹는다면 둘이 먹기에 좋아보인다.
위에 뿌려진 드리즐은 화이트 초콜릿. 보통 레몬 파운드는 레몬즙이나 레몬 제스트가 들어간 설탕 아이싱을 바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레몬과 화이트 초콜릿의 조합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가 됐다.
포크와 나이프를 주셔서 반을 갈라보았는데 파운드 케이크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밀도 높은 단면이 보였다. 파운드 케이크의 파운드는 g(그램) 처럼 사용되는 무게의 단위인데, 1파운드는 약 453g이다. 원래 파운드 케이크는 주 재료인 밀가루,설탕,계란,버터가 각각 1파운드씩 들어갔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설탕의 비율이 높고 수분이 적기 때문에 다른 케이크에 비해서 밀도가 높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파운드 케이크는 뜨거운 커피나 차, 혹은 우유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라망 베이커리의 레몬 파운드는 잘 배합되어 잘 구워진 기본에 충실한 파운드라는 점에서는 좋았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디테일. 우선 레몬의 향이 충분하지 않았다. 플레인 파운드라고 얘기해도 믿을만큼이나 레몬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위의 화이트 초콜릿과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으나 케이크에서 레몬의 향과 맛이 나지 않으니 버터의 향이 진한 플레인 파운드 위에 화이트 초콜릿을 올린 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것은 아니었고 아주 기본에 충실한 맛있는 파운드 케이크였으나 레몬을 넣는것을 깜빡했나 의심할정도로 레몬맛이 적어서 아쉬웠다. 차라리 화이트 초콜릿위에 레몬 제스트를 올리는게 나았을지도.
플레인한 맛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위의 화이트 초콜릿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다. 차라리 화이트 초콜릿을 빼면 맛있는 플레인 파운드 케이크인 셈 치고 먹었을 듯. 얼그레이 파운드는 얼그레이 찻잎이 보이던데 그것 좀 다를까 궁금하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주문한 빵 두가지 모두 맛있었기 때문에 합정역 근처에서 약속이 있다면 할리스나 투썸 대신 올 용의가 200% 있다. 커피는 보통이지만 3800원으로 저렴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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